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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후 재취업 한 40대 경단녀가 일하면서 느낀 점

은환루비스 2025. 1. 6.

 

저는 결혼 전에 일한 경력은 7년 조금 넘었고,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의 기간이 10년 정도 돼요.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다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일자리를 알아봤어요.

 

아이가 돌봄 교실을 가지만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서 시간 조율이 가능한 아르바이트 자리로 알아봤어요. 저는 전문직이라 원래 하던 업무를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좋은 편이거든요! 

 

오랜만에 쓰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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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monazaryan1 출처 Pixabay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이력서를 쓰려니까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예전에 써둔 이력서를 찾아서 참고해서 다시 쓰는 과정부터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경력 단절의 기간이 저를 작아지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일을 하고 싶은 강한 의지와 이제 아이가 커서 앞으로 꾸준히 일할 수 있음을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조건에 맞는 구인공고 찾기, 기다림 

 

아이를 픽업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서 일자리를 찾다 보니까 처음에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어요. 저의 조건은 주말 근무 없는 곳, 집과 가까운 곳, 근무시간 조율이 가능한 곳이었답니다. 

 

생각과 다르게 처음에 마땅한 자리가 안 나와서 시간이 지나니 조급함이 몰려왔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보다 보니 결국 자리가 나왔고, 이력서를 보냈답니다. 

 

처음 넣은 곳에서는 전화로 원하는 시급을 말해달라고 하시더니 연락이 다시 오지 않았어요. 처음 느낀 좌절감이었네요. 역시 경력단절의 기간을 무시하지 못하는구나 싶었어요. 

 

저 스스로도 나이 때문에 작아지는 기분, 경력 단절로 인한 자신감 상실 등을 느끼던 차였는데 이렇게 좌절되고 나니 조금 슬프더라고요.

 

계속 도전한 끝에 취업 성공

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갖고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이때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정말 기쁘더라고요.

 

최대한 깔끔하게 차려입고 약속된 면접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ㅎㅎ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막상 면접볼 때는 여유로움을 찾고 편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제가 면접시 보여주고 싶었던 건 '겸손한 자세'였어요. 보통 경력직은 업무 적응력은 좋지만 일을 시키기에는 조금 까다로운 면이 있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나이와 경력 때문에 기존에 근무하던 분들이 대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말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이런 부분을 염두해서 겸손함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재취업 후 느낀 점

 

일을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일할 수 있게 된 것에 참 감사했고 의욕도 넘쳤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죠. 기본적으로 활동량이 많아지니 퇴근하는 길에 녹초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무조건 쉬는 시간을 가졌고, 일하는 패턴에 어느 정도 적응하는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전문직이라 원래 했던 업무를 다시 하는 거라 일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적응하는 게 조금 힘든 점으로 다가왔어요.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일한 경력은 오래된 직원들이 많았거든요. 이분들이 저를 대하는 것도 어려웠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선을 지키면서 저를 대하는 직원도 있고 아닌 직원도 있었기 때문에 일하면서 상처 아닌 상처도 받고, 업무적으로 실수를 하는 제 모습이 어찌나 싫었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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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kko Koivuneva 출처 Pixabay

경단녀에게 하고 싶은 말

나이는 들었지만 취업 초년생을 돌아간 기분을 느끼는 건 사실 꽤 복잡한 감정으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결국 일을 하다 보니 결국 적응을 하게 되었네요. 

 

재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말하고 싶은 건, 예전에 일했던 나 자신을 조금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에요. 예전의 나를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순간이 와요. 

 

정말 오랜만에 일 시작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신다면 결국 시간이 다 해결해 주더라고요. 그러니 용기 내서 일 시작하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하는 건 도움이 안 돼요. 일단 도전! 행동하는 사람이 기회를 얻는 법이죠. 제가 일 시작한 지 1년 반정도 됐는데, 조금 더 빨리 일 시작할 걸 싶었네요. ^^

 

엄마로 살다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저에겐 큰 행복이었거든요. 이 세상에 존재의 이유를 또 하나 찾은 기분이요. 망설이시는 분들 다 할 수 있습니다. 초반의 힘든 시간만 이겨내면 괜찮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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